따돌림 현상의 진단과 대책

1.집단따돌림이란?

들어가며
집단따돌림은 일부 혹은 전체 집단이 개인 혹은 소수를 고립시키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현상을 일컫는다. 정신적·신체적·물질적 피해와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따돌림 현상은 피해자의 심리적 불안과 학교생활 부적응을 가져오며, 급기야 자살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왕따'라는 말은 학생들의 은어로 따돌림을 심하게 당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세 사람만 모여도 두 사람이 한 사람을 따돌리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더구나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사 오십 명의 미성숙 집단에서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며, 서로 싫고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데 '학교폭력'문제에서 보았듯이, 이러한 문제가 직 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학생들이 심하게 고통받고 자살까지 하는 사례로까지 어어지자 '학교폭력'에 이어 '왕따'라는 이름으로 이슈가 된 것 같다. 특히 교사도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나이 어린 초등학생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사회에 충격을 더해 주었다.
'집단따돌림'은 '학교폭력'을 진단하고 대안을 내오고자 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다루어졌고, 일본이나 선진국에서의 이지메, 집단괴롭힘 사례 등을 통하여 예견되었던 바 있다.
학교폭력의 일종인 '집단따돌림'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간 관계를 맺는 방식의 하나이다. 불안하고 불건전한 만남의 문화 현상인 따돌림은 사실 과거에도 일정하게 존재했던 현상인데. 이제 와서 다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 나이 어린 피해자의 자살사태가 주는 충격만이 아니라 누구나 은밀히 행해져서 잘 드러나지 않는 따돌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이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인권 차원의 문제임을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해서 반갑다. 이러한 따돌림 현상을 또 당장 '뿌리 뽑겠다.'고 서두르기 보다, 이러한 현상의 발생 배경과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여 좀 더 근

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집단따돌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집단따돌림을 교실에서 발생하는 문화의 한 현상으로 바라볼 때, 이는 미시적으로 교실 문화의 불건전성으로부터 파생하는 일종의 병리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교실을 구성하는 집단 문화의 폐쇄성(배타성)과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망각한 극단적 이기주의가 만연한 교실에서 숨막히는 이런 저런 규제, 성적과 입시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에 병들어 있는 학생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문화적 대안을 갖지 못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장인 학교가 건전한 삶의 가치를 깨닫고,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하는 곳이 아니라 성인이 되기까지 유보된 권리를 성적과 공부에 저당잡히고 교육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혹은 통과의례로서 부모로부터 위탁된 수용시설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의 문화, 교실의 문화는 생동감있게 살아 움직일 수가 없다.
학교에서 따돌림은 심리적 불안과 충동, 좌절과 소외감 등 청소년기의 일반적 심리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만 좀 더 쾌적한 교육 환경 속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과 생활력을 제공하는 교육이 아니라, 좁은 공간과 각종 규제 속에 학생들의 감성을 가두어버림으로써 학생들의 각종 스트레스와 정서 불안이 심화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심한 정서적 불안과 좌절의 출구가 결국 특정인 혹은 특정 부류의 인물들을 가해함으로써 심리적 만족감과 충동적 쾌감을 얻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심리적 불안감과 소외감으로부터 소외집단이 형성되며, 이 집단은 집단의 결속 강화를 위한 의식으로 누군가 괴롭힐 대상을 찾게 된다. 이는 학교폭력의 발생원인에서도 짚어진 바 있다. 그밖에도 친구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따돌림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가해자 일인을 중심으로 집단을 이루어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따돌리는 것이다.
남을 심하게 따돌려 본 학생들은 대부분 죄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도 따돌려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을 따돌리는 데 가담한다는 식의 면죄부를 가지는 것 같다. 즉,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들이 정하여져 있기도 하지만 누가 따돌림의 대상이 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따돌리고 있는 것이다.

집단따돌림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생각하는 집단따돌림에 대한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게 해 보았다.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으며, 공부와 성적에 대한 부담, 자유가 억압된 학교 분위기와 사춘기적 특성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성인이 되어 가면서 해소될 문제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어떤 학생들은 IMF까지 관련지으면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들이 좀 더 난폭해진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문제의 해결 방향과 구체적 대안까지도 제시를 한다.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 사고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일등만 하면 된다는 출세주의, '우리'가 아니면 무시하고 대화에도 끼워주지 않으려는 배타적 집단문화, 성적과 입시만을 중시하는 교육 풍토 등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그래서 학교가 좀 살맛 나는 곳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의 복지가 개선되고 자치활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 따돌림의 구체적 양태
---또래집단을 중심으로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주로 교사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짧은 시간에 아동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수업시간에도 이들의 욕구와 갈등은 내연하고 있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교사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림과 동시에 아이들은 주로 자신이 소속한 또래집단끼리 어울린다. 대체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또는 교실을 이동하거나 야외 수업을 하는 경우, 소풍이나 수련활동 등 학교 밖에서의 활동이 이루어질 때 등 어느 때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소속한 또래집단끼리 주로 어울리게 된다.
그런데 늘 혼자 고립되어 있거나 어떤 또래집단의 주의를 빙빙 겉도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함께 어울리면서도 집중적으로 면박을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아이들도 있다. 공놀이를 하고 싶은데 붙여주지 않고 대화에도 끼워주지를 않는다. 차라리 혼자서 만화책을 보거나 만화를 그리는 편이 나을텐데, 이 또한 혼자서는 신이 안나고 서글프다. 점심식사 시간에 도시락을 아예 가져오지 않고 어느 한 구석에선가 차가운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도 있다. 과거의 친구들을 찾아 다른 학급으로 자리를 옮기는 아이들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혼자서 도시락을 먹어본 처량한 신세도 경험한 적이 있거나, 도시락 뚜껑과 젓가락만 들고 다니는 힘있는 아이들에게 몇 번 도시락을 빼앗겨 본 이후로 아예 도시락 가져오는 것을 포기한 아이들도 있다. 신발이나 아끼던 물건 혹은 돈을 잃어버린 경우에도 도벽이 있는 아이의 단독 행동이기 보다 피해자가 어떤 또래집단으로부터 따돌려지고 있지 않나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따돌림의 유형
또래 집단의 대화 속에 빠지지 않는 오르내리는 메뉴는 이른바 '밥맛'과 '왕재수'이다. 혼자 잘난체 하고 남들과 어울리지 않은 아이들이나 왠지 얄미운 아이들, 선생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아이들, 머리 모양이 이상하거나 외모에 좀 이상이 있는 아이들, 행동이 굼뜨거나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답답한' 아이들을 아이들은 이렇게 부른다. 이러한 아이들이 주로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물론 이 따돌림이란 상대적인 것이어서 이렇게 따돌려지는 아이가 혼자인 경우도 있지만 작은 그룹이라도 소속할 곳이 있는 아이들은 위로 받을 곳이라도 있어 상처가 좀 덜하다. 그런데 거의 모두로부터 고립되어 있다면 이 아이는 학교에 오는 것이 싫어질 것이다.
두 번째 따돌림의 유형은 남을 괴롭히고 못된 짓을 하는 아이들인데, 이러한 아이들은 힘이 세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따돌리기는 쉽지 않으며 잘못 따돌렸다가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쑥덕거림이나 표정을 통해서 기피하는 경우이며 쉽게 담임 교사에게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아이들도 자신이 따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유형은 교사들로부터 주목받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대체로 교사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문제아로 분류되어 질시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아이들도 대체로 또래집단을 갖고 있다. 이 집단이 주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집단이다.
다음으로 몸이 불편하거나 정상적이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따돌림인데, 신체적 약점 때문에 받게 되는 이러한 따돌림의 유형은 교사들이나 일부 아이들로부터 제지를 받고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다수의 무관심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담임 교사나 부모가 너무 감싸다가 따돌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어떠한 유형이든 문제는 당하는 아이들이 따돌림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정도에 달려있는데, 주로 내성적이고 심약한 아이들일 경우가 문제가 된다. 부모나 교사의 잘못된 개입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혼자서 외로이 견디면서 한 학년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초등학교 심지어 유치원에서까지 발생하는 크고 작은 따돌림은 아이들이 성숙하면서 점차 사라지기는 하지만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발견되어지는 현상이다. 아이들은 누군가를 '왕따'시킴으로서 다수가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어떤 집단에든 소속되려는 필사적 노력을 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려는 가해 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좀 더 의연해지고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당사자의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어린 나이에 또는 내성적인 아이들의 경우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학급내에서 공론화시킴으로써 피해·가해 당사자가 서로의 입장을 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치와 분위기가 있으며 좋으련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심각하게 따돌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인데,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고 호소할 수 있는 열린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3. 짐단따돌림의 구조적 원인

사회 문화적 배경
따돌림이나 집단따돌림 현상의 배경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타인의 행동양식이나 취향에 대해 인정하는데 인색한 자기중심주의 문화가 일차적 원인이며, 학생들의 삶을 둘러싼 숨막히는 교육 현실이 또 하나의 원인이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우리'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배타적 가족주의와 집단주의가 결국 '나'나 '우리'가 아닌 '남'이나 '다른 사람들'을 질시하고 배척하는 사고와 행동을 낳게 되었다. 물질중심의 배금주의 사상 또한 인간의 존엄이나 인권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풍조를 낳았다. 지나친 출세주의 또한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이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무시와 경멸의 풍조를 낳았다. 단순히 공부를 못하거나, 온순하고 착한 성품이면서도 가난하거나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약자를 놀리고 폭행하는 교실에서의 따돌림은 바로 이러한 사회 문화적 배경이 원인이 되는 것이다.

교육현실의 구조

교육의 목표와 철학의 부재--학교 교육의 기능상실
교육 목표와 철학이 현실의 삶과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다는 것도 집단따돌림 현상의 배경이 되는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의 교육이 더불어 사는 삶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잠재된 능력을 계발하여,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곧은 가치관과 생활력을 배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중학교에서는 공부 못해서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된다. 장기적 대책이 없는 실업 교육정책도 문제려니와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서 이등시민으로 낙인찍히는 것보다는 꼴찌를 하더라도 일반계에 진학하여, 대학에 꿈이라고 꾸어보고 싶은 것이 중학교 성적이 중하위인 학부모들의 심정임을 볼 때, 우리 사회의 교육목표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교육의 현실적 목표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교육 철학이 모색되어야 한다. 성적과 점수, 입시와 출세에 대한 중압감이 학생들의 꿈을 빼앗고 그 자리에 분노와 스트레스만을 가득 채워 놓았다. 아이들에게 비상구는 없다. 격려하고 도와주고 가능성을 열어주는 학교가 아니라 온통 금지 투성이인 학교와 교문을 나서기만 하면 펼쳐지는 유혹의 세계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아이들에게 사회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교육을 통해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목표와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학교 교육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교는 더 이상 지식과 정보의 메카 노릇을 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으며, 전인교육의 장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부끄럽다. 교육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짓밟히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사교육 시장의 번창과 정보문화산업의 발전을 대체하고 수용할 만한 학교 교육의 내용과 질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급변하는 사회의 새로운 세대들을 '내신성적'으로 더욱이

'인성교육'으로 묶어두기에는 역부족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현실을 비웃으며 졸업장을 얻기 위해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다.

교사 역할의 한계
제도로서의 교사는 달라진 학생들의 욕구에 부응하여 주어진 교육과정에 충실히 교과서를 가르치고 생활지도를 한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고 수행평가를 하며, 인성교육을 위한 상담과 클럽활동 지도, 용의복장과 소지품 검사, 지각 단속, 흡연자나 교칙 위반자에 대한 선도 등 이른바 생활지도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각종 통제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교육적 지도'를 행하여야 한다. 봉사보다는 점수 때문에 행해지는 봉사활동을 재촉하고 카드를 작성하여 학생부에 전산입력을 시켜야 한다. 담임교사 입회하에 소리를 질러가며 잔소리 하고 감시하지 않으면 자율 청소 활동은 없다. 수업 시간에 귀 기울이고 진지하게 임하는 학생들의 수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현실에서 교사들의 목은 점점 쉬어가고, 성정은 거칠어만 간다. 학교장으로부터 수업지도안이 검열되고 수업이 감시 받고 , 사소한 일 하나 하나 교장의 결재를 '득'해야 한다. 학급문집을 만드는 기특한 일도 학교 재정을 쓰기 어려우며, 학급야영과 같은 인성교육을 위해 '권장해야 할' 학급 활동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결재를 얻어내기 힘들 뿐 아니라, 교사의 노고와 헌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교장들이나 교사들도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참교육을 실천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열정은 학생들의 냉소와 동료 교사들의 무관심, 교장 교감의 방해 등으로 난관에 봉착하고 햇수를 거듭하면서 열정이 식어 간다. 교사는 제도이기에 앞서 한 개인이다. 개인으로서의 교사가 학생개인이나 학급집단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적지 않다. 그러나 교사들의 자율적 생활문화가 척박한 현실 속에서 교사들도 괴롭고 학생들도 배울 것이 없다.

자치 문화의 부재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자율적 토론을 통하여 학생사안이나 학교행사 등 학내 현안을 결정하는 것이 봉쇄되어온 학교장 중심의 학교운영 체제와 학교의 자율성을 파괴하여 온 교육행정의 비민주적 관행에 길들여져 온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율적 행동 양식과 토론과 토의에 의한 문제해결의 의의와 방식을 올바르게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사들의 집단적 삶의 양식과 문화는 학교문화와 학생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사들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꽃피울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문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한다는 원칙이 학습이나 생활에서 적용될 수 있으려면 학생들이 자치활동에 대한 경험과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천한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 속에서 학생들이 발휘해준 에너지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으나, 역대 정권은 이러한 에너지를 거세했다. 학생들을 정권에 대한 위협 세력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자치활동의 싹이 잘리고 불의를 보아도 저항할 줄 모르는 양순한 바보들만이 모범생으로 특혜(?)를 받은 꼴이 되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인 자치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의 배양이나 주체적인 문제 해결능력을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며 더욱이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소양은 교과서에서나 몇 줄 배울 수밖에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길리서치 연구소에서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남녀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집단따돌림'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16항.'집단따돌림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학교에 가장 바라는 것'을 묻는 질문에 38.7%의 학생이 학급활동과 같은 자치활동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응답함. 그 다음으로는 '개인별·집단별 상담을 늘리는 것'(26.1%) 등으로 나타남.---이 결과는 현행 자치활동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학생들의 자치활동에 대한 욕구가 의외로 높은 것임을 나타내

주는 수치이다.]

언론 보도의 문제
언론 특히 텔레비젼은 아이들의 사고와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아이들은 사회 현상에 대한 판단력이 매우 무디고 감각적이다. 텔레비젼을 비롯한 언론이 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좋은 구실도 하지만 때로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모방범죄'사례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언론의 교육적 기능이 더욱 강화되고 선정적 보도는 자제되어야 한다. 이것은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이 시청율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청소년과 아동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의 인권은 신장될 수 없다. 성인들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이들의 성인 사회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고발하는 것은 언론의 주요 기능이다. 그러나 가능하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해 '집단따돌림'에 대한 신문이나 잡지, 방송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한마디로 매우 호들갑스럽다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확한 사건의 실태와 근본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 없이 매우 선정적인 타이틀과 사진으로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만을 부각하면서 구체적 대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언론이 진정으로 교육 문제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문제의 구조적 원인 제거를 위한 시청자과 민간의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와 실천을 유도하고, 관계 당국이나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근본적 대책을 차분히 마련할 수 있도록 토론과 여론 수렴의 기회를 늘리는 등의 기획이 필0요할 것이다.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의 문제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에 있어서도 학생들의 자치능력과 생활력을 증진시켜 폭력이나 따돌림 문제와 같은 교육 병리 현상을 제거하고자 하는 생활 교육에 고민이 많지 않아 보인다. 학생 개인과 교사와 학교의 자율성을 신장하고 새로운 학교문화를 진작하려면 적어도 교육과정에도 이러한 취지가 적극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7차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생활력과 자치능력의 신장을 위한 특별활동 영역의 시간이 늘지 않았으며, 수업의 양도 줄지 않았다. 이는 아직도 교육과정의 편성시 교과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그밖에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는 다수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도 배려되어야 한다. 한편 유명무실해져 학생들과 교사0들의 짐이 되어버린 학급회와 클럽활동 시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보장과 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성적과 점수의 노예로부터 해방되어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지닌 인간으로 성장하고, 올바른 사회 관계 속에서 자신과 타인의 만남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깨닫고, 경쟁보다는 양보와 희생을 미덕으로 삼을 줄 아는 인간이 되도록 교육의 현실적 목표를 수정해야 함에도, 아직도 이에 대한 절박성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듯 하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이지메와 부등교,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으로 학생들의 생활력 제고를 중시하여 교육개혁안과 교육과정 개편안에 반영시켜 학생 개인별 수업 시수를 경감하고 주 5일제 수업을 실시하기로 한 것을 적극 참고해야 할 것이다. 참된 교육은 교육을 수단으로 삼지 않는 것이며, 교육의 주체이며 수혜자인 학생들의 진정한 행복과 올바른 성장을 돕는 것이어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도구적 교육관에 너무도 오래 길들여져 왔다.

학생인권과 복지 문제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사회적 부는 증가하였으나 학교는 아직도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현실이다. 학교건물이나 부대시설 등 교육시설환경에 대한 투자의 절대적 부족과 식당이나 매점, 보건 체육시설 등 학생복지시설의 부족과 과밀학급, 거대학교와 같은 한국 교육의 현실은 학교를 감옥에 비유하게 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학생들의 생활 환경이 학생들의 정서와 성격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굳이 연구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학교에서의 체벌에 대한 논란은 이미 소모적 논쟁이 되어버렸다. 체벌 금지와 찬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제는 법안 싸움으로 비화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체벌 금지의 의의가 시행상의 착오와 현장에서의 반발로 희석되고 있다. 반발의 근거로서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는 0매를 들지 않고서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통제할 수 없으며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탓도 물론 원인이려니와 무엇보다 학생들을 통제하고 규제해야만 수업이 되고 생활지도가 되는 현실적 상황과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 극복하려는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의지의 부족이 근본적 원인이다. 개별지도가 강화되어야 하는 교육적 상황의 변화 속에서 아직도 과밀학급과 거대학교의 해소는 우리 사회의 큰 과제로 남아 있으며, 교사들의 수업과 사무 부담, 늘어난 잡무도 변화된 교육적 현실에 조응하여 '질 높은 교육'을 실현하는 데 현실적 장애이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인간적인 교육을 할 수 있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 또한 이제는 사회에서 적극 나서야 하며 교육관련 정책당국은 교육현장의 현실에서 출발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야 한다. 학부모 또한 자신의 자녀가 오직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진정으로 질 높은 교육과 교육의 진보를 위하0여 우리 아이들의 삶과 배움의 장인 학교를

살리는데 발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삶과 학교교육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것이다. 학생들의 복지와 인권 신장의 차원에서 학교 교육을 사회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애정을 가지고 제도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래집단의 이해와 학생집단의 변화

교실의 사회학--또래집단
교0실이라는 공간은 또래들에게 주어진 삶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또래의 학생들이 일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야 하는 운명적 만남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를 배우고 만남의 방식을 익힌다.
교실공동체 혹은 학급공동체라는 것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공동체와 구성원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개인주의화되고 개별화된 지금의 아동들이 이해하는 수준은 기본적 질서 유지를 위해 최소한 노력하는 일이 '옳다' 하는 정도이며, 남을 위한 배려나 집단에 대한 소속감 등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 편이다.
학급이라는 전체보다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학급 내 또래집단에 대한 관심과 소속욕구가 강하다. 어디든 소속되지 않으면 외롭고 따돌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또래집단이 가정환경 혹은 성적이나 취향이 비슷한 개인끼리의 자연스런 연대가 된다. 어떤 집단은 학급내의 주류가 되고 어떤 집단은 이 집단에 대한 비주류 집단이 된다. 양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부류는 개인주의 노선을 가거나 소외된 개인끼리 두세 명 정도의 소그룹이라도 형성하여 을 형성하여 집단간의 세력 판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집단간의 세력 관계 속에서 개인적 만남이 이루어지고 집단 내 서열화도 이루어지는데. 또래집단의 형성과 해체, 구성원의 이합집산과 재구성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따돌림이나 폭력발생의 직접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또래 집단에 대한 관찰과 이해는 따돌림을 비롯하여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양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새로운 세대의 변화된 삶의 환경
소수를 제외하고는 학교를 선택할 권리나, 학급을 선택할 권리는 잠정적으로 유보된 상태이므로, 학생들은 일정 공간에 일정 시간 배치되고 재배치되는 것이다. 대학을 가면 좀 달라질까? 초, 중등, 고등학교도 본질적으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크게 제한되고 있음은 다0르지 않다. 이렇게 선택된 운명적 만남이라도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초등학교 학생에서조차 등교거부 심리를 발견하는 일은 조금만 주의 깊게 자녀를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체험하는 사실이라서 이제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유치원 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학교나 교회가 거의 유일한 문화적 공간이었고 그 시절이 추억거리였던 과거의 세대와 후기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세대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세대는 집단으로 사는 방식보다는 개인으로 사는 방식에 익숙하다. 이는 가족 관계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경제적 재부를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핵가족화, 가족성원의 감소, 이웃과의 단절은 전통적 대가족주의와 공동체적 삶의 양식을 해체하고, 개인과 핵가족 중심의 생활양식을 보편화시켰다. 단조로운 가족의 형태로의 변화는 아동과 청소년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개인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새로운 세대의 부모들은 많은 수의 자녀보다는 하나 혹은 둘 정도로 자녀의 수를 제한하여 이른바 '교육의 질'을 추구한다. 이전 세대가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자라났다면, 지금의 세대는 형제가 둘이거나 혼자 뿐인 상태로 자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족 환경의 변화와 교실에서 아동들이 맺어 가는 인간관계의 변화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새로운 세대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익명적 사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주로 학습능력이나 성적을 잣대로 평가되고 인정받는 학교라는 답답한 체제에 대한 참을성

이 과거 새마을 세대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 않다. 이러한 인정에의 욕구는 친구나 교사에 대한 배타적 소유욕으로 나타나고 일탈행동을 포함한 '튀는 행동'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도시화된 사회에서 자라난 지금의 학생들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친화력 보다는 기계와 인공에 대한 친화력이 더 강하다. '사람'과 함께 무엇을 하는 시간보다 텔레비젼과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 사이버 세대들은 전통놀이나 공동체 프로그램보다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책을 혼자서 혹은 끼리끼리만 모여서 즐기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교실에서 조·종례 시간에 교사가 주의를 요구하고 소리를 질러대도 학생들을 집중시키기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무언가 전체가 모여서 하는 일이 성사되기 힘들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와 학급에 대한 소속감이 강하고, 교사의 통제와 지시에 순순히 달랐던 한 세대 전의 모습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이에 따르는 학생들의 욕구와 취향이 다양해지고 개성과 주장이 뚜렷해졌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4. 대처방안과 예방 및 극복 프로그램

1)가정에서의 역할

'따돌림'의 조기 발견과 예방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항상 자녀의 학교 생활에 대해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하며, 내성적인 아이에게는 대인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며, 너무 잘난체 하거나 튀는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훈련을 하도록 해야 한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는 물론 남을 따돌리는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법', '인권이나 공동체적 삶의 의미, 진정한 우정의 의미, 정의의 편에서는 법'등에 대해 자녀에게 적절한 책을 권하거나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자녀와의 지속적인 대화가 다돌림의 발견과 예방에 최선의 조건이며, 담임교사와 직접 만남이 어렵다면 전화나 편지를 통한 교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돌림이라는 것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자녀가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따돌림이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교실 상황속에서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인식하여야 한다.

자녀와의 의사 소통 확대, 지역사회와 학교와의 연계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 참여하는 방식의 다양화

부부간의 관계나 대화의 방식이 자녀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부부사이의 대화와 행동에 유의하여야 한다. 모방심리가 잘 발동하는 시기에 있는 자녀들에게 부부관계는 인간관계의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인간관이나 이성관, 결혼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자녀와의 대화시에는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다른 일을 하면서라도 열심히 듣고 있다는 확신을 주여야 한다. 자녀와 편지로 대화하는 것도 깊이 있는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 요즈음은 통신을 이용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가정에서 자녀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대화의 문화가 자리잡기 위한 노력과 가족회의나 가족신문 만들기, 방학이나 휴일을 이용한 가족여행과 같은 가족 공동체 프로그램과 부모와 함께 하는 체험활동, 봉사활동 등 사회 체험과 봉사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된다면 가정의 문화가 달라지고 자녀들은 물론 부모 자신들도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될 것이다. 학교와의 연계도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직·간접적 참여(학부모 위원에 편지쓰기), 학교장이나 교사들에게 편지쓰기, 학급 행사에 참여하기 등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어 학교 행사와 학급 활동에 참여하는 길이 확산되어야 한다. (학교 단위 학생-교사-학부모 토론회 등도)
물론 이에 선행되어야 할 일은 자녀들과 함께 공동체적 삶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넓히는 일, 인권에 대한 인식과 체험을 넓히는 일들을 계획하고 추진하여야 하며 우리 사회와 교육의 병폐인 가족 이기주의와 출세주의를 지양하고 공동체적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의 자녀들도 내 자녀와 같이 보살피고 지역의 불우한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자녀들의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더라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12-1항.에서 따돌림시 도움이나 상담

의 대상으로 친구·선배(33.7%) 다음으로 부모(32.6%)를 들고 있다.]

2)사회에서
학교 교육은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제 기능을 상실하였다. 이는 교육 부문의 피나는 노력과 함께 학교 교육의 기능 제고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절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 교육 환경의 개선이나 입시제도의 개선,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 등에 시민단체, 학부모단체가 적극 나서야 하며,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사들의 처우 개선과 수업 시수와 잡무 경감 등 교사의 근무 여건 등에 대해서도 이제는 사회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프랑스의 고등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이 교사 수를 늘리고 수업 시수를 줄여달라고 요구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교육을 위한 사회의 관심과 애정이 다각도에서 현실화될 때, 교사들은 감동되어 헌신적으로 열과 성을 다하여 연구하고 실천할 것이다.
청소년단체나 상담기관, 상담기관과 학교와의 연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학교는 과감히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문 상담기관이나 청소년 단체 등과 역할을 나누어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 사회적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다. 물론 중앙에서부터 지역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관계부처간의 협조와 역할분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 협의가 이루어지고 시민단체의 관심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론에 대하여 지적한 바 있지만 언론을 비롯하여 사회의 각 활동 영역에서 교육문화에 사회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과 문화적 대안 찾기를 위한 노력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실천적 노력과 운동들을 통하여 바람직한 삶과 미래 공동체를 지향하는 건전한 집단문화의 실험과 연대가 형성되도록 교육과 언론을 비롯하여 사회 전 영역이 힘쓰는 모습을 보일 때, 우리의 아동과 청소년들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어른들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회복하여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통일시대와 진정한 세계화의 주역으로 바르고 밝게 성장할 것이다.

3)학교에서

위에서 학교의 기능과 교사 역할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였다. 이는 학교의 기능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교사 역할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 같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현실에 대한 올바른 지적이었고, 무슨 일이든지 현실이라는 바탕 위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논의는 무성하여도 결국 일을 그르치거나 사태해결의 진전을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그 동안 전교조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참교육실천운동은 어려운 교육 여건 속에서도 참된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현장적 노력의 과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학급을 생활교육의 기본 학습장으로 인식하고 교사와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생활력 고양을 위한 실천운동이 꾸준히 전개되어 왔다. 학급단위를 생활교육실천운동의 주요 장으로 파악하고, 학급단위의 다양한 자치활동과 생활 경험을 통하여 학생 개개인의 자주성을 신장하고 공존과 상생의 공동체를 실험해 온 이 운동은 개인주의화되고 개별화된 학생들과 입시위주의 획일적 교육 현실 속에서 실천적 어려움이 심화되어 온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지치지 않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있다. 이들은 학급집단 내에서 또래집단의 에너지를 학급활동의 에너지로 전화시켜 공동체 교육을 도모하고 그 과정 속에서 개인의 자주성과 창의성을 키우고자 하는 교육의 원리를 중시하였다.

모둠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학급할동
학급집단을 7∼8명을 구성원으로 하는 소집단으로 나누어 이 소집단을 중심으로 학습과 생활의 기본 임무를 부여하고, 이 소집단이 다시 학급회의나 교실꾸미기(환경미화), 뒤뜰야영, 청소활동 등등의 학급 전체의 활동과 운영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 소집단을 모둠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공동의 일기(모둠일기)를 돌려서 쓰면서 생활을 나누고, 학급 일을 분담하고 학습에도 서로 도움을 주어가면서 생활하는 작은 공동체이다. 모둠이 수업시간에는 모둠수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모둠은 자생적으로 형성된 또래집단을 일정하게 해체함으로써 폭넓은 만남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도 하며, 자생적 또래집단에 소속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소속집단이 되기도 한다. 모둠은 학생들이 인간관계를 체험하고 훈련하는 훌륭한 공동체의 장이 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장---학급회의와 학급재판
학급회의와 학급재판은 모둠활동을 바탕으로 한 학급단위 민주주의 훈련장이다. 학급생활이나 학교생활의 문제점을 제시하여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학급회의는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만남의 장이다. 학생들은 회의를 통하여 자기의 주장을 남에게 설득하는 훈련과 남의 주장을 경청하고 비판하는 훈련을 한다. 학급재판은 약식 혹은 변형된 재판의 형식을 통하여 학급내의 잘못된 일이나 행위를 고발하고 벌을 내리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학생들은 잘잘못을 가릴 줄 아는 판단력을 기르고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이해와 정의감을 배우게 된다.

만남과 헤어짐---자리바꾸기, 짝편지
일정한 기간을 두고(월 1화 혹은 2회)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짝바꾸기(자리바꾸기)와 짝에게 편지 쓰기는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인간관계의 폭을 넓혀주고 발전시켜주는 교육적 기능을 수행한다.

참여 속의 발견----집단상담, 교실꾸미기, 청소활동,
집단상담은 주로 모둠별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문제해결을 위하여 따로 상담집단을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상담의 원리를 응용하여 모둠간의 이해와 갈등의 조정, 모둠내 과제의 해결이나 학급의 크고 작은 일에 대한 모둠의견을 교사가 청취하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개 교사가 참여하지만 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미음의 여유와 시간만 충분하면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참여자들 상호간의 깊이있는 마남과 나눔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교실꾸미기나 청소활동도 학생들의 창의성과 성실성이 잘 드러나는 활동인다. 이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갈등과 화해를 경험한다.

예) 서로 다름의 조화가 빚어낸 미학---한솥밥 비벼먹기
   입장바꿔 생각하기---뜨거운 의자, 역할극
   함께 잠자며 밥 해먹고(공존의 가능성 발견)
   ---뛰들야영,수련활동---집짓는 것은 내가, 밥짓는 것은 네가 *자기 손 안대고 쌈싸먹기
   다른 사람의 삶과 사회에 대한 이해---봉사활동, 체험활동

다양한 동아리활동
학생회가 주최하는 다양한 학교행사
---교내 토론회, 축제(종합예술제), 사제만남의 날 행사, 책가방 없는 날

학생자치 기능의 회복
위에서 제시한 모둠활동과 집단상담 등의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그 자체로서의 의미보다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실천을 운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더 의미가 두어져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목표가 생활에 지친 학생들을 달래고 학급경영을 수월하게 하고자하는 기능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급 자치와 공동체적 경험을 확대하고 발전시킴으로서 기존의 교육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교육을 완성려는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학급(교실)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실험을 통하여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자치의 기능을 높임으로써, 인간적 삶을 실현하고 민주적 질서와 새로운 공동체를 구현하려는 것이 생활교육운동과 참교육실천운동의 목표이다. 학생들이 학급활동을 기본으로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여 즐겁고 보람있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고, 봉사활동이나 농촌체험 등 다양한 사회체험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적·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학급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인간관계와 사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주체적 삶을 지향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인성과 창의력을 계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학급활동과 동아리 활동이 전체 학생회 활동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되어 자주적인 학생회 활동이 학생 자치활동의 구심이 되어 학생들이 학교운영의 주체로 참여하고, 학교 교육과정이나 교육정책의 결정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학교교육의 진정한 완성이자 시작이다.

5. 결론

처음에서 밝혔듯이 학생들에게서 발생하는 집단적 문화현상의 하나인 집단 따돌림은 연구 차원의 노력도 더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교육 현실을 둘러싼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고 극복하려는 실천의 문제가 더 선차적인 고민거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의 현실에 좀 더 주목하고, 사회적 에너지를 교육에 집중해 내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교육 현장이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고, 학교와 교실의 문화가 생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의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스스로 의식을 개혁하고 상호 연대하여 학교와 교실 속의 구체적인 모순을 뿌리에서부터 차분히 바꾸어가야 한다. 언론과 기업은 공적 기능을 강화하고 교육적 역할을 높여야 할 것이며 국가는 미래 사회에 대한 시민적 논의를 활발히 하여 올바른 시민적 가치관을 제공하여야 한다. 교육을 공동체적 삶의 양식을 경험하고 배우는 장으로 인식하고, 인간주의에 근거한 사상적 지향을 가지고 온 사회가 경제적· 정치적 관심에서 교육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인식을 갖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눈부신 기술문명의 발전에 쫓아가기에 급급한 교육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발전과 공동체적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철학적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교육이 학교에만 내맡겨진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민간부문과 정부와 공공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힘이 모아질 때, 인간에 대한 가치와 인간관계의 왜곡에서 빚어지는 교실에서의 집단 따돌림 같은 현상은 차츰 사라질 것이고, 우리는 한 차원 높여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전화면 Home